응급실 준송 다음 상황으로 서로 상대방 좋아하는 거 자각하고 난 이후로 어색해진 준완송화... 둘 다 분명 얘는 날 이전과 똑같이 본다고 확신하면서 마음 정리하려고 애쓰는데 자꾸 감정이 행동으로 새가려고 하는 바람에 숨기려고 쓰다가 아주 사소한 계기 하나로 쌍방인 걸 확인하게 되는 그런 거
송화는 일단 술 취해서 자기 진심 말했으니까 집으로 준완이 불렀던 다음날부터 옆에 붙어있거나 아님 둘만 있는 상황 안 만드려고 티나게 굴 듯 식당에서 3명 / 2명 이렇게 앉아야 되는 테이블인데 준완이 혼자 2명쪽에 앉아있으면 석형이나 정원이 툭툭 쳐서 야 너 저쪽에 앉아 하고 보낸 다음에
앉고 교수실에서 시켜 먹을 때 전화로 김준완 있는지 없는지부터 먼저 체크한다

- 송화야 너 외래 끝났지 뭐 먹을래 얼른 정해~
- 어... 준완이도 먹어?
- 그럼 지금 안정원이랑 김준완 교수실 빨리 와 너만 오면 다 왔어.
- 아, 나 레지 애들한테 밥 사주기로 한 거 깜빡했다. 미리 말 안 해서 미안.
그러고 바로 끊긴 통화 보고 익준이는 어리둥절해지겠지 얘가 원래 이런 약속 있으면 전화 받자마자 자기 빼고 먹으라고 할 텐데 김준완 유무부터 물어보고 나서 말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꼭 핑계대는 거 같이 들리기도

- 송화 같이 안 먹는다는데? 레지 애들 밥 사주기로 했대.
그 말 들은 김준완 아까 회진 끝날 때 재학이 했던 말 떠올림

- 교수님 오늘 저녁 뭐 드세요?
- 왜 궁금해, 너 논문 정리는 다 했어?
- 아 오늘 NS 레지들끼리 회식하러 간다고 했단 말이예요, 저흰 그런 거 안 해요?
- 넌 나랑 회식이 하고 싶니?
- 안 그래도 그래서 그 자리 끼이기로 했거든요.
분명 레지들끼리 회식한다고 했지 송화가 사준다는 말이나 간다는 말을 안 한 거 같은데 싶어서 표정 심각해진 준완 그대로 폰만 만지작거릴 듯 평소 같았으면 바로 카톡으로 왜 같이 밥 안 먹어? 정도는 물어봤을 텐데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자기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거든
이러는 게 하루이틀이였으면 괜찮았을 텐데 상황이 꽤나 장기전으로 흘러가겠지 둘이 교대로 하던 퇴근 전 상대방 교수실 들리기도 안 하고 준완이 99즈랑 먼저 같이 밥 기다리고 있으면 송화가 이상한 핑계로 빠지고 하는 것도 여러 번 반복되고 밴드 연습하고 나서 밥 먹으러
가는 것도 둘 중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 나 약속 있었다 미안 먼저 갈게. 하고 둘 다 먼저 가버리는 준완송화 때문에 나머지 셋도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버림

- 쟤네 좀 이상하지?
- 어... 이상하네, 밥 먹으러 간다고 하면 둘이서 제일 신나서 가야 되잖아 원래.
- 맞아, 내가 봐도 이상해.
한편 준완도 점점 답답해진다 얘가 날 친구로 못 보겠다는 말이 연을 끊자는 소리는 분명 아니였을 거란 말임 그때 분위기도 그랬고 상황도 그랬고 그런데 자기랑 있는 걸 못 견디겠다는 듯 자꾸 피하기만 하는 송화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평소처럼 카톡 보내기엔
송화를 좋아하는 감정을 자각한 뒤니까 도통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 거임 근데 딱 하나 확실한 건 있다 자기가 지금 송화가 너무 보고 싶다는 사실 하나만 확실히 알고 있는 건데 20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시간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게 꼬인 남녀관계의 초석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그러다 바람 피던 상대와 헤어진 장교수가 송화 찾아온 게 도화선이 됐으면 좋겠다 하필 또 계속 자기 피하던 송화랑 진지하게 말 좀 해봐야지 마음 먹고 교수실 앞에서 준완이 내내 서성이던 날이라 송화 찾아온 장교수랑 정면으로 마주침 당연히 표정 일그러진 준완 보고 장교수가 헛웃음 지음
- ...너 뭐야? 니가 뭔데 여길 와?
- 왜, 전 애인이 전 여자친구 좀 찾아오는 게 안 돼? 그러는 넌 뭔데 이 앞에서 이러고 있냐, 김준완.

누가 들어도 빈정거리는 말투에 듣는 준완 속 다 뒤집어지겠지 어느새 쥐고 있는 주먹도 슬슬 떨리고 있고 그거 본 장교수가 더 신나서 말함
- 아, 송화 나랑 헤어진 다음에 너랑 사귀는 거야? 넌 여자친구 기다리는 거고 난 전 여자친구 보러 온 거고?
- 너 말 조심해라. 입 열려있다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말고.

김준완 안색도 차게 식을 정도로 열 받은 상탠데 병원이니까 꾹꾹 누르고 있을 듯 그러다 한 마디에 빡 돌아버린다
- 너 송화 안 좋아한다면서, 나한텐 촌스러운 새끼라면서 뒤에선 이러고 있었어? 채송화도 알 만하네, 혹시 너네도 우리 헤어지기 전부터 만났냐?
- 야 이 새끼야, 내가 입 조심하랬지.

앞뒤 잴 것도 없이 쥐고 있던 주먹부터 먼저 날리고 그 다음은 그냥 개싸움이었음 김준완 안경 날아가서 반쯤 안
보이는 상탠데 경비가 떼놓고 나서야 진정할 듯 씩씩거리면서 반강제로 나가는 장교수 뒤에다 소리지른다

- 그래, 나 촌스럽다. 촌스러워서 채송화 좋아하는데 말 못했어,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있어서. 너 같은 새끼한테 송화가 들인 시간이 아까우니까 꺼져. 송화한테 다시는 껄떡대지 말고.
그리고 김준완 잘 안 보이는 시야 앞으로 다리 동강난 자기 안경이 들이밀어지길래 지나가던 간호사 선생님인가 싶어서 약간 머쓱한 얼굴로 고마워요 말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손 주인이 송화인 거 경비도 장교수랑 말싸움 시작할 때부터 복도 끝에 서 있던 송화가 부른 거였겠지
그대로 몸 돌리려는 송화 손목을 준완이 잡아챔

- 네 방 여긴데 어딜 가. 퇴근하려고 온 거 아냐?
- ...아니, 밑에 놔두고 온 거 생각나서,
- 그리고 나도 할 말 있어.

그 날 너만 말하고 바로 보냈잖아. 시간도 안 주고. 혹시라도 송화가 뿌리치고 가버릴까 김준완 속사포로 쏴붙이겠지
분명 앞에 명패는 채송화라고 적혀있는데 준완이 주도해서 데리고 들어온 교수실은 한동안 침묵만 가득했음 할 말 있다고 하고 같이 들어오긴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장교수한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송화도 다 들었을 거 같은 거임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머리 싸매고 싶어진 김준완 그러다 갑자기 입술
가에 차가운 게 닿길래 잘 안 보이는 눈 크게 뜨면서 놀란다 그리고 연고 발라주고 있는 송화 보고 2차로 놀람

- 또 입술 터졌네, 볼도 긁히고.

아까 피하려고 하던 거랑 다르게 평소 같은 말투로 또박또박 말하는 송화와 달리 열 올라서 볼 붉어지는 준완 입가에 연고 다 바를 때까지 얌전히 있었음
- ...아까 얘기 다 들었어?
- 처음부터는 아니고, 네가 장시경 때리기 바로 전부터.

그럼 자기가 그래 나 채송화 좋아해 하는 것도 다 들었다는 거 아냐... 하고 김준완 속으로 절망함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다 보이는 것 같은 얼굴 보면서 송화도 살짝 부끄러워 할 듯 시작 시점은 차이가 있었지만
감정은 분명 쌍방인데 서로 얘는 안 그럴 거야... 하고 속단한 뒤 한 삽질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라서 둘 다 대답도 질문도 하지 않는 침묵이 또 흐르다가 약 다 바른 송화가 일어남

- 나 퇴근해, 집에 가면 다친 데 밴드 붙여, 찜질도 하고. 내일 붓겠다.
- ...나 할 말 있다는 건 안 궁금해?
그대로 굳어버린 송화를 보다가 고개만 살짝 숙인 채로 준완이 말을 이어감

- 그때 네가 나 친구로 못 보겠다고 했잖아. ...나도 너 친구로 안 보여 이제.
- 준완아.
- 그러니까, 내일 보자 우리.

힘을 싣어서 우리 내일 보자. 라고 한 번 더 말한 뒤 준완이 빠르게 일어나서 나감 귀랑 목덜미까지
빨개진 뒷모습을 보던 송화가 조용히 손으로 입을 막음 그 속에 숨겨진 말이 무슨 말인지 눈치 채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을 서로 공유한 사이니까

- ...어떡해 진짜. 내일 쟤 어떻게 보지.
그래도 다음 날에도 7시 땡 하자마자 출근 도장 찍었겠지 송화는 송화니까... 물론 눈에 글씨가 잘 안 들어와서 서류도 두 번 세 번씩 보고 문 한 번 힐끔거리고 다시 보고 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림 들어와요. 하자 교수실 문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당연히 김준완
- 출근 일찍 했다 너.
- 나 오늘 렌즈 끼고 왔는데.
- ...나도 눈 있거든?
- 무슨 뜻인지 알잖아, 송화야.

나 여자친구 만날 때만 렌즈 끼는 거. 뒷말은 없었지만 둘 다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음
- 아침 안 먹었지. 나 오늘 오전에 스케쥴 비어, 나가서 먹고 오자.
- 앞으로 계속 렌즈 끼고 올 거야?
- 어, 채송화가 그러라고 시키면.

대답을 들은 송화가 피식 웃었음 그걸 보고 있던 준완도 따라 웃어버림 교수실 문 앞부터 병원 앞 샌드위치 가게까지 깍지까지 껴서 꼭 붙잡은 채 걸어가는 준송
그리고 그 뒷모습 본 병원 사람들 입소문 타고 점심 때 바로 99즈 취조 받았겠지... 좋아해 우리 사귀자 같은 말 한 마디 없이도 서로 마음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사귀기로 합의하는 마흔 살들의 연애의 시작이 보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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