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섭
알고 지낸 지 오래된 동생 6과 손가락에 얽힌 빨간실이 보이는 2

새벽녘, 2는 두 눈을 천천히 떴어. 잠에 취해 제대로 정신이 들지도 않았는데 욱신거리는 왼쪽 4번째 손가락에 2는 아픈 손가락을 움켜질거야. 움켜진 손가락과 함께 사이에 걸리는 얇고 가는 실에 2는 숨을 푹 쉬겠지.
이불 속에 있는 팔을 들어올리면 손가락에 얽혀있는 붉은실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게 보여. 그 실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2는 어차피 끝없이 이어져 있으니 시선을 거둘거야. 그리고 칭칭 감겨져있는 실의 시작인 4번째 손가락을 쳐다보지.

"..아파."

살을 파고든 실에 2는 잔득 인상을 찌푸렸어.
어떡해서든 실을 풀어보려고 부지런히 실을 잡아 당겨보고 이리저리 만져보지만 그럴수록 더 아파오는 손가락에 이내 포기하고 팔을 풀썩 내려놓을거야. 손가락이 욱씬거릴 때마다 2는 몸을 뒤척였지. 아파 죽겠네. 결국 더 이상 잠은 못자겠고 폰을 집어 화면을 켜면 습관처럼 메신저앱에 들어갈거야.
제일 상단에 위치에 있는 6의 이름을 확인한 2가 메시지를 확인할거야. 어제 저녁 11시쯤 일찍 집에 들어가라는 저의 문자에 새벽 4시가 되서야 온 & #39;ㅇㅇ& #39; 동그라미 두개가 둥 떠있지. 2는 숨을 푹 내쉬곤 폰을 덮었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2는 또 욱씬거리는 손가락에 몸을 웅크렸지.
"..아파, 아프다고—."

2는 핑 도는 눈물에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더 이불 속을 파고 들었어. 오전이 다 지나고나서 간신히 이불 밖으로 나온 2가 거실로 나가면 주말 오후에 평화로운 집 안 풍경이 펼쳐져. 거실에서 들리는 티비 소리 너머로 밥하는 소리가 가득했지.

"아빠는?"
"운동."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있는 여동생을 한번 힐끗 보고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신 2는 자연스럽게 식탁을 차릴거야.

"챵셦아. 이것 좀 셩쟤네 가져다줘."

뭐 더 도울게 없나 어슬렁거리는 2에 2의 엄마가 반찬통 하나를 건넬거야. 이게 뭐냐는 듯이 엄마를 쳐다보면
간장게장을 샀는데 너무 많이 샀다면서 가져다주고 오라는거지. 2는 잠시 빤히 제 품에 있는 통을 내려다보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가 모자 하나 꾹 눌러쓰고 현관으로 향할거야. 아, 세수도 안했는데. 2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뭐 잠깐인데 싶어 문을 벌컥 열면 사람 목소리가 들려.
"아, 놀래라."

6이었지. 2는 손잡이를 쥔 채 멍하니 제 앞에 있는 6을 쳐다볼거야. 6은 그런 2를 보고 싱긋 웃고는 2가 쓰고 있는 모자챙을 톡 치고는 2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아주머니, 셩쟤 왔습니다—."
"어머, 셩쟤 왔니?"

2는 굳은 채 가만히 서있다가 후다닥 6을 따라 집으로 들어와.
"뭐야, 아침부터?"
"형. 지금 1시 다 됐거든?"

2가 6 앞에 서면 6이 아직 퉁 부어있는 2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하지. 2는 그 시선에 급하게 고개를 돌려 눈꼽이 끼진 않았는지, 괜히 얼굴을 매만져.

"왜? 뭐 줄까?"
"아, 엄마가 저녁에 올라와서 식사하시라고 해서요."
"너희 엄마 갈비찜했니?"
거실까지 나와서 6과 말을 주고받는 저의 엄마 모습에 2는 툴툴거릴거야. 내가 일어났을 땐 쳐다보지도 않더니—. 2는 그것도 잠시 제 품에 있는 반찬통을 6에게 건넬거야. 그럼 6이 뭐냐는 듯 2를 쳐다보지.

"간장게장. 온 김에 가져가."
"웬 간장게장?"
"엄마가 너무 많이 샀대."
6은 반찬통을 받으면서 잘먹겠습니다—소리치면 2의 엄마 웃음소리가 들려와. 이제 돌아가려는 6을 따라 2가 쪼르르 쫓아가지.

"너 몇시에 들어갔어."
"5시 쯤?"
"내가 일찍 들어가랬잖아."
"아우, 잔소리. 여자친구도 안하는 잔소리를 형이 하냐?"

나가려던 6이 고개를 휙 돌려 2를 쳐다봤어.
"여자친구랑 같이 있었으니까 잔소리를 안했겠지."
"정답. 간다—."

2는 뚱한 표정으로 말을 받아치면 6이 싱긋 웃으며 집 밖을 나갈거야. 쾅—하고 문이 닫히면 2는 입을 앙 다물지. 바보냐. 스스로 제 심장을 찌르는 짓을 한 2는 또 다시 욱씬거리는 손가락에 인상을 팍 찌푸릴거야.
이내 방으로 들어간 2는 제 손가락에 길게 늘어져 있는 빨간실을 잡아 빠르게 끊어내면 짧아진 실이 여전히 2의 손가락에 묶여있어. 곧 붉은색 핏방울이 주르륵 타고 흘러내려 바닥을 툭툭 적시지. 2에게만 보이는, 이 붉은색들은 언제나 2를 아프게 했어. 하, 그만 아프자, 좀.
저녁이 되면 다같이 위층에 사는 6의 집으로 갈거야. 거실에 크게 차려져 있는 상에 집 안은 시끌해지지. 한창 부엌을 왔다갔다하며 상차리는 걸 돕고 있다보면 문득 보이지 않는 6에 2가 6의 엄마에게 물을거야.

"아줌마, 윣셩쟤는요?"
"씻고 있을 걸?"
"아—."

말끝나기 무섭게 욕실에서 6이 나와.
"야, 와서 도와."

2가 그릇을 상에 내려놓으며 툭 말을 내뱉지. 6은 머리를 털며 고개를 끄덕일거야.

"엄마. 나 나가야해."
"어디가?"
"응. 미안해. 금방 갔다오긴 할건데 밥은 같이 못먹겠다."

6의 말에 2는 흠짓 하지. 상에 올려져 있는 제 밥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가는 6을 시선으로 쫓는 2야.
잠시 머뭇하던 2가 6 옆으로 가면 6은 밥통에 그릇에 담겨져 있는 밥을 다시 넣고 있었지.

"여자친구?"
"아, 어. 잠깐 보재."
"..그래도 오랜만에 다같이 밥 먹는던데."
"그러게."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2를 본 6이 싱긋 웃고는 걸음을 옮기면 2는 괜히 발로 바닥을 툭툭 치지.
그러다 바닥에 늘어져 있는 6의 붉은실이 눈에 들어오면 2는 쪼그리고 앉아 실을 집어들거야. 몇번이고 잡아당겨도 절대 끊어지지 않는 실이었지. 그럼 늘 그랬던 거 처럼 끝이 끊어진 제 실을 6의 붉은실에 묶을거야. 이렇게라도 6과 얽히고 싶은 2였지.

"챵셦아! 밥 먹어!"
"어—."
2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거실로 향할거야. 그리고 곧 6이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집 밖으로 나가면 2는 숟가락을 천천히 내려놓지. 밥을 씹는건지 돌을 씹는건지, 그냥 울고싶을 뿐이야.

"챵셦이 왜? 입에 안맞아?"

그런 2에 걱정스런 6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와. 2는 번득 정신을 차리곤
고개를 흔들지.

"속이 좀 안좋아서—."
"뭐 잘못 먹었나보다. 소화제 줄까?"
"아, 아니에요. 괜찮으면,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결국 6의 집을 빠져나온 2는 힘없이 제 집으로 돌아와 제 방 침대에 풀썩 엎어지지. 얼굴을 묻은 채 누워있던 2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실이 묶인 손가락을 쳐다볼거야.
다행히 아직 잘 묶여있는 실에 2는 두 눈을 천천히 감았어. 이제 나랑 얽힐 때도 됐잖아. 이렇게 아프게 맨날 끊어내고 묶고 다시 또 묶고—. 이만하면, 나랑 얽혀도 되잖아. 아니면, 이 마음을 끊어내게 해주던가. 2는 비짓 솟구쳐 올라오는 눈물에 다시 얼굴을 이불에 묻지.

"아이씨, 겁나 아파—."
#육섭
출근 준비를 끝낸 2가 집 밖을 나서면 기분 좋은 아침 햇살이 와르르 쏟아지는 세상이 2를 반겨. 하지만 2의 기분은 그러지 못하지. 다시 돌아온, 어디까지 이어진건지 모를 붉은실이 때문이었어. 그래도 애써 밝은 척 해보려고 귀에 꽂은 이어폰엔 신나는 노래가 훌러나오고 있지.
버스에 올라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창 밖을 보고 있다보면 이른 아침부터 징—울리는 폰에 2의 시선에 제 손에 쥐어져 있는 폰으로 돌아가. 확인해보면 6이었어. 얘가 이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래.

"여보세요."
"형. 출근했어?"
"응. 왜?"

2의 시선이 다시 창 밖으로 돌아갔지.
"아, 진짜?"

뭐야—. 좀처럼 용건을 말하지 않는 6에 2가 살짝 인상을 찌푸려 폰화면을 한번 보고는 다시 귀에 폰을 댔지. 그 순간 제 어깨를 툭툭 치는 손길에 2의 고개가 돌아가면 그곳에 웃은 채 서있는 6에 2는 두 눈이 동그랗게 변할거야.

"어?"
"오—. 직장인이다, 직장인."
2는 천천히 폰을 내리며 6을 빤히 쳐다봤지. 6도 전화를 끊고는 2를 쳐다볼거야.

"반갑지?"
"뭐, 야? 너 학교도, 이 방향 아니잖아."
"아, 모닝엔젤하러 가는 길."
"모닝, 엔젤?"

2는 본능적으로 붉은실이 감겨져있는 저의 손가락을 감싸쥐었어. 6은 머리를 살짝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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